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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ch: Complete Sonatas & Partitas for Violin soloa
    music 2020. 11. 28. 15:41

    제 마음 속 1번 클래식 앨범. 정경화 선생님의 무반주 바흐 소나타 & 파르티타 입니다. BWV 1001~1006.
    정경화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있어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 까요? 그녀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오히려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미 전성기 때,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으로 많은 앨범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녀 본인도 자기가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에 전곡에 도전해보지 않았음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손가락 부상 이후 줄리어드에서 제자 양성을 하다 어찌보면 그녀 인생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앨범, 바흐를 녹음 했습니다. 많은 연주자들이 녹음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를 듣다보면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순위를 매겨보곤 합니다. 기돈 크레머, 테츨라프, 거슬러 올라가 나탄 밀스테인, 하이페츠 까지 들어보지만 여전히 제 마음 속 1등은 정경화 선생님의 바흐입니다.

    최근에는 거의 과르네니를 이용해서 연주하고 계세요. 이 앨범도 과르네리의 수수하면서 깊고, 하지만 호소력 짙은 보이스가 잘 나타납니다. 바흐 무반소 소나타를 들을 때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먼저 매 악장마다 느껴지는 주제가 지루하지 않고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변주곡에 가까운 파르티타는 오르가니스트로 면모를 보였던 바흐가 주로 사용했던 하모닉스, 찬송가를 바탕으로 여러 명이 목소리를 쌓아가는 빌드업 과정이 잘 나타납니다. 무언가를 선명하게 느끼기 위해선 ‘대비’라는게 참 중요한 듯 싶은데, 그런 면에서 정경화 선생님의 바흐는 강렬한 대비와 시간 순서에 따른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https://youtu.be/1F7c8zIhBGg

    세인트 루크 대성당에서 촬영한 파르티타 No.2의 샤콘느(Chaconne)입니다. 이 앨범의 많은 악장 중 정수는 바로 샤콘느라는 생각이 드네요. 바이올리니스트의 역량이 가장 강하게 묻어나는 악장입니다. 느린 템포에 다소 우울한 스페인 무곡인데 여기서 또 한번 아티스트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매번 이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음악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져요. 제 식견이 늘어나 이 음악의 깊이가 가늠되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그릇이 깊어지면서 깊어진 만큼 저에게 음악이 담기는 듯 합니다. 아직도 정경화 선생님이 연주하는 샤콘느의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요. 아마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들으면 그 땐 더 깊어지리란 생각을 합니다.

    초반에 강렬한 도입부를 지나 주제의 변경이 이뤄지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은 짜릿하기만 해요. 여러가지 주제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마치 인생의 파노라마가 촤르륵 스쳐지나가는 듯 합니다. 쓸쓸한 가을, 인생의 풍파가 몰아치고 남은 처절한 외로움, 하지만 그 외로움에 끝에 도달해야 다시 돌아 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시린 겨울이 지나 따스한 봄 빛 같은 음색이 들려오면 시간은 어김 없이 흐른다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2020년은 코로나 이슈로 많은 클래식 공연이 취소 되었는데, 얼른 상황이 나아져 좋은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되면 좋겠어요. 정경화 선생님의 이 바흐 앨범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식어와 호평을 담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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